요하문명의 진정한 주인은 누구인가

글: 이성미
 
 
사람이 누릴 수 있는 즐거움 중의 하나가 바로‘배움’의 즐거움이다. 필자는 올해 증산도사상연구소에서 열린 콜로키움에 꾸준히 참석해 그런 즐거움에 빠졌었다.
 
이제 만물이 자신의 모습을 찾아 뿌리로 되돌아간다는 이 가을에, 연구소에 초빙된 한 분의 책을 대해니 감회가 새롭다.
 
오랫동안 땅 속에 파묻힌 채 잊혀질 뻔했던 보물을 캐내어, 그 가치를 확인하는 가슴 떨린 기분이랄까? 책장을 넘겨갈수록‘바로 이거다. 이제야 나오는구나, 한민족의 장구한 역사를 실증해 줄 유적·유물들이 세상에 빛을 발하는구나!’하고 감탄했다. 그리고 우리의 상고시대를 입증할 수 있는 답사자료들을 접하곤 눈을 뗄수가 없었다.
 
그러면서 한편으론 비통함이 느껴졌다. 우리의 역사적 유적·유물이 눈앞에 있는데도 원주인을 속시원히 드러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을 반복하다 못해 이제는 소와 외양간은 물론이고 주인까지 몰아내고 집까지 빼앗으려고 한다”는 저자의 말이 뇌리를 친다.
 
 

‘대중화주의’를 향한 중국의 야심찬 국가 전략
『동북공정 너머 요하문명론』. 이 책의 제목은 무엇을 말해주고 있는걸까? 책의 핵심은 동북공정이 아니라 바로 요하문명론이라는 것이다. 그럼, 그 요하문명이 어떻다는 걸까?
 
지금까지 우리가 배워 온‘인류 4대 문명’은 이집트·메소포타미아·인더스·황하문명이다. 그런데 4대 문명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관심이 없다면 처음 들어보았을 듯한‘요하문명’의 유물과 유적이 계속 발굴되면서 세계가 깜짝 놀라고 있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자신의 조상을 바꾸고 남의 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한 일련의 음모적 행위가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무섭게도, 그 일은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진행되고 있다. 더 놀라운 것은, 저자가 말하듯 바로 2008년 북경 올림픽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중국 그들의‘대중화주의’를 위한 국가 차원의 전략이 숨어있다는 데 있다.1) 강대국들은 정치·경제·군사적인 논리 앞에 자국의 이익과 합치되는 나라에 무언(無言)의 동조를 보내고 있다. 이런 시대상황 속에서 참으로 안타까운 것은 고대 동북아 역사의 주인공인 우리 한민족은 시원역사를 송두리째 중국에 빼앗기면서도 그 사실을 제대로 인식조차 못한다는 것이다.
 
 
인류 시원문명의 주인을 꿈꾸는 중국의 요하문명론
그럼, 중국이 주장하는 요하문명론의 실체는 무엇이며, 어떤 과정으로 나오게 됐는지 책 내용을 중심으로 핵심만 알아보자.
 
1980년대 중반 이후, 요하瞭河일대에서 기존의 황하문명보다 이르고 세계 고고학계를 놀라게 만든, 발달된 신석기문화가 잇달아 발견되기 시작했다. 중국은 서둘러 이 지역을 중화문명과 연결하는 작업에 나섰고, 이렇게 하여 요하 일대에서 중화문명이 시작되었다는‘요하문명론’이 만들어졌다. 중국이 요하문명론에서 주장하는 바는 이러하다.
 
⑴ 만주 지역의 서쪽인 요서 지방과 요하 일대를 중화문명의 **점으로 잡고 ⑵ 이지역은 신화와 전설의 시대부터 황제의 영역이었으며 ⑶ 요서 지역 신석기문화의‘꽃’인 홍산문화 주도세력들은 이 황제의 후예들이고2) ⑷ 이런 까닭에 요하 일대에서 발원한 모든 고대 민족과 역사는 중화민족의 일부이고 중국사이며 ⑸ 요하 일대의‘홍산문화만기’(기원전 3500∼기원전 3000년)부터는 이미‘초기국가단계’에 진입한 거대한‘요하문명’이 자리잡고 있었다는 것이 주요 논지다.
 
중국학자들이 주장하는 대로 요하문명론이 정리되면, 도대체 어떤 결과를 가져오게 되는 걸까?
⑴ 이 지역에서 발원한 예·맥족 등이 모두 고대로부터 중화민족의 일부가 되고 ⑵ 이 지역에서 기원한 예·맥족은 물론 단군·주몽 등 한국사의 주요 인물들은 황제의 후손이 되며 ⑶ 한국의 역사, 문화 전체가 중국의 방계 역사, 문화로 전락한다.
 
여기서 우리는 역사왜곡의 현실을 너머 국가의 존폐위기를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한때 동북공정을 통해 고구려사 왜곡이라는 좁은 의미의 문제에 집착하다가 그것마저도 사라진 우리의 뒷모습에 씁쓸함이 피어 오른다.
 
다음으로, 요하문명론이 집대성되기까지 선행된 중국의 작업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 번째로는,‘ 하상주 단대공정’3)이다. 9차 5개년 계획을 의미하는 9.5계획(1996∼2000)의 일환으로 시작 되었다. 대대적인 유적 발굴과 연구를 통해서 중국의 고대 왕조인 하夏, 상商, 주周의 설립 연대와 멸망 연대를 공식적으로 확정짓는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중국고대문명 탐원공정’이다. 10.5계획(2001∼2006년)의 일환으로 2003년부터 본격적으로‘중국고대문명 탐원공정’을 진행시켰다. 신화와 전설의 시대로 알려진 3황5제 시대까지를 중국 역사에 편입시켜 중국 역사를 끌어올리고, 이를 통해 중화문명이 이집트나 수메르문명보다도 오래된‘세계 최고의 문명’임을 밝히려는 거대한 프로젝트다. 그것을 위해 저자는 다음과 같은 중국측 논리를 제시한다. ①요하 일대를 기존의 세계 4대 문명보다 앞서는 새로운 문명권으로 부각시키려는‘요하문명론’을 제시 ②중화문명의 기원을 기존의 황하 유역이나 장강 유역이 아니라 바로 요하 유역이라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 ③중화문명의 기원지인 요하 일대에서 기원한 모든 고대 민족은 황제의 후예라는 논리를 제시한다.
 
세 번째는,‘ 서남·서북 공정’이다. 분열에 대한 두려움을 유전적으로 물려받은 중국은, 그들 안의 양대 소수민족의 독립운동 근거지인 위구르 지역과 티베트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작업을 하고 있다. ①무력으로 분리·독립 운동을 억제 ②티베트와 위구르 지역의 민족과 그 역사가 고대로부터 중국의 역사였고 중화민족의 일부였다는 논리를 만들어내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더욱 문제가 되고 있는‘동북공정’은 어떠할까? 티베트와 위구르 지역의 분리·독립운동으로 머리가 아픈 중국 지도부는 ①동북지역(동북3성-길림성, 요녕성, 흑룡강성 일대)에서의 분리·독립 가능성을 사전에 예방 ②남북한의 통일 이후를 대비 ③간도 영유권 문제로 인한 사안에 대비하는 등 여러 측면을 고려하여 동북공정을 시작한다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 실행되고 있는 하나의 예가 2005년부터 조선족들에게 집중적으로 시키고 있는‘삼관교육’4)이다. 이런 부분은 마치 일본이 우리나라를 식민통치했던 때를 떠오르게 한다.
 
 
세계를 놀라게 한 요화지역의 주요 신석기 문화들
이제 이 책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홍산문화를 비롯한 요하문명의 진수를 맛보기로 하자. 홍산문화로 꽃 피운 요하 일대의 문화는 기존의 황하 유역이나 장강 유역을 제치고 동북아시아 시원 문명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요하 지역의 주요 신석기·청동기문화들을 오래된 순서대로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소하서문화(기원전 7000∼기원전 6500년)는 1987년 내몽고 적봉시에서 서쪽으로 조금 떨어진 오한기 소하서 유적에서 발견되었다. 주요 유적 유물로는‘동북아시아 최초의 신석기문화 유적’발굴과‘동북지역 최고의 흙으로 만든 얼굴상’의 발견이다.
 
(2)흥룡와문화(기원전 6200∼기원전 5200년)는 적봉시 오한기 보국토향 흥룡와촌에서 발견되었다. 이곳에서는‘세계최고의 옥’5)과‘화하제일촌’의 발굴, 최초의 용 형상물‘저수룡’의 발견, 동북 지역에서 가장 이른 시기의‘빗살무늬토기’발견이 이루어졌다.
 
(3)사해문화(기원전 5600년∼ )는 요녕성 서부 의무려산 동쪽의 부신 몽고족 자치현에서 1982년에 발견되었다. 여기서는‘세계제일옥’,‘ 중화제일용’,‘ 요하제일촌’이 발굴됐다.
 
(4)부하문화(기원전 5200∼기원전 5000년)는 적봉에서 조금 북쪽으로 올라간 통료시 파림좌기 호얼토향 부하구문에서 최초로 발견됐다. 중요 발견은 가장 오래된‘복골卜骨’이다.
 
(5)조보구문화(기원전 5000∼기원전 4400년)는 적봉시 오한기 고가와포향 조보구촌에서 발견됐다.‘ 중화제일봉’의 발굴과 요서 지역 최초의 채도彩陶발굴이 눈에 띈다.
 
(6)홍산문화(기원전 4500∼기원전 3000년)는 신석기시대로 알려져 있으나 청동기가 아닌 순동을 주조한 흔적이 발견되어 동석병용銅石竝用시대로 보고 있다. 내몽고와 요녕성의 접경지인 적봉·조양·능원·객좌·건평 등을 중심으로 유적지가 분포한다. 대표적인 유적지인 우하량지역에는 거대한 제단, 여신묘, 적석총 등 대규모 종교의례를 상징하는 건축군이 발견되었다.
 
(7)소하연문화(기원전 3000∼기원전 2000년)는 석기시대와 청동기시대를 잇는 고리역할을 한다. 갑골문의 전신인‘도부문자’가 발견됐다.
 
(8)하가점하층문화(기원전 2000∼기원전 1500년).
독자 중에서 한민족사의 국통을 제대로 알고 있다면, 기원전 7000년에서 기원전 1500년이라는 숫자를 보면 우리의 삼성조시대6)가 그려질 것이다. 이 점을 염두해 두자.
 


 
홍산문화·요하문명의 원주인은 누구인가
여기서, 홍산문화를 포함한 요하문명의 원주인의 문제로 들어가 보자.
 
전통적으로 요하 일대는 만리장성 밖으로, 중국 사서史書에서는 그동안 문명화된 중화민족이 아닌 그들이 야만인으로 폄하한 북적北狄과 동이東夷의 거주지였다. 그러나 현대 고고학은 이 요하 일대의 신석기문화가 중원의 것보다 훨씬 앞서고 발달되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중국은 중화문명의 기원을 황화에서 요하 일대로 옮기려고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중국은 온갖 홍보와 더불어 역사관련 작업들을 진행시키고 있다. 그 예로서 △귀근원·중화삼조당 건립과 더불어 치우 끌어안기 △단군과 관련한 웅녀상 및 곰 조각상 건립 △요녕성 박물관에서‘요하문명전’개최 등 자신들이 만든 논리를 한족과 소수민족 뿐 아니라 전 세계인들에게 알리고 있다. 그 절정을 내년 2008년 북경올림픽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홍산문화·요하문명의 특징은 우리 한민족과의 밀접한 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첫째, 요서와 요동을 포함한 만주 지역은 중원과는 서로 다른 문명권이었다. 둘째,‘동북 지역 최초의 신석기문화’는 요하에서 시작되었다. 셋째, 기원전 6200년경에 이미 요서와 요동 그리고 한반도는 교류가 있었다. 넷째, 요하 일대 유물은 만주와 한반도에서만 나타난다. 다섯째, 용龍과 봉鳳도 요하 유역에서 기원하여 전파된 것이다. 여섯째, 갑골점·갑골문의 기원도 요하에 있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홍산문화의 주인은 곰을 숭배해온 종족(단군신화의 웅녀족)이라고 말한다. 이것을 뒷받침해 주는 근거로 △옥기玉器문화는 북방계통 세석기문화의 후속문화라는 것 △우하량 여신묘의 주실 중앙에는 곰 형상의 웅룡熊龍이 있었다는 점 △홍산문화의 옥룡은 대부분 곰 형상의 옥웅룡玉熊龍이라는 것을 제시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을 통해 저자는, 홍산문화을 비롯한 요하문명의‘문화적 주맥’은 한반도로 이어지는 북방문화계통임이 자명하다고 역설한다. 또한 홍산문화와 요하문명은 결국 한국문화의 원류이고, 그 주인공은 우리 민족의 선조들이다고 귀결짓는다.
 
 
새 역사의 지도를 그려라!
저자는 학자다운 면모로 한·중·일 삼국의 양심에 비춘 공동발굴을 통한‘동방 르네상스’를 이룩하자고 제안한다. 그러나 과연 중국이 국가전략의 일환으로 30년 가까이해 온 국가경영사업을 바꿀 이유가 있을까? 그 답은‘절대 아니다’임이 틀림없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역사드라마가 자주 방영되어, 대중들의 역사의식이 가일층 고양되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홍산문화·요하문명에 대한 체계적이고 깊이 있는 연구를 통해, 동북아 시원문명의 주인공이 바로 우리 한민족임을 밝혀내는 작업은 참으로 의미있는 일이라 하겠다. 나아가 삼신상제 문화와 용봉문화를 꽃피웠던‘환국-배달-단군조선’의 시원 역사를 바로 밝히고 한민족사의 국통을 바로 세우는 작업은 무엇보다 시급하다 하겠다. 이 땅에 친히 인간으로 오신 증산 상제님께서는 가을개벽을 앞두고 자신의 뿌리조차 제대로 찾지 못하는 현실을 미리 내다보시고 다음과 같이 경계하셨다.
 
朝鮮國(조선국) 上計神(상계신) 中計神(중계신) 下計神(하계신)이 無依無托(무의무탁)하니 不可不文字戒於人(불가불문자계어인)이니라
조선국 상계신(환인) 중계신(환웅) 하계신(단군)이 몸 붙여 의탁할 곳이 없나니 환부역조하지 말고 잘 받들 것을 글로써 너희들에게 경계하지 않을 수 없노라. (증산도 도전 5:347:16)
 
지금은 새 역사의 지도를 그리기 위해 함께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책 속의 유적과 유물을 유심히 살펴본다면 홍산문화·요하문명의 주인공이 누구인가를 알 수 있다. 지면상 저자가 언급하지 못한 중국의 역사실체와 한민족사의 올바른 맥을 알기 위해서는『개벽 실제상황』(안경전 지음, 대원출판) 2, 3부를 필히 읽기를 권한다. 홍산문화·요하문명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좀 더 분명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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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중국은 이미 동북공정에 앞서 다른 역사관련 공정들을 진행했었다. 동북공정은 이런 선행 공정들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다. 하상주단대공정夏商周斷大工程→ 중국고대문명탐원공정中國古代文明探源工程→ 동북공정 등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역사관련 공정은, 중국이 21세기‘대중화주의 건설’을 위해 오래 전부터 준비해 온 국가적 전략이다. (서문 중에서)

2) 황제족은 한족의 조상이 아니라,‘ 동이의 조상’이‘한족의 조상’으로 둔갑한 것이다. (본문 303쪽)

3) 2003년 10월 2일자〈북경만보〉에 최종 발표된 하상주 연표
하 (기원전 2070∼기원전 1600년), 상 (기원전 1600∼기원전 1046년), 주 (기원전 1046∼기원전 771년)

4) 삼관교육: ① 조선족의 조국은 중국이다(조국관) ② 조선족은 중국 55개 소수민족의 하나로 중화민족의 일부이다(민족관) ③ 조선족 역사는 중국역사의 일부분이다(역사관)

5) 이 때 사용된 옥은 동쪽으로 450km나 떨어진 압록강에 인접한 요녕성 수암에서 나온‘수암옥’으로 밝혀졌다.

6) 삼성조 시대
환 국 (기원전 7197 ~ 기원전 3897년, 3301년간)
  배달국 (기원전 3897 ~ 기원전 2333년, 1565년간)
 고조선 (기원전 2333 ~ 기원전 238년, 2096년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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